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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법적 불공정사회
저자양선희 외11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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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합법적 불공정사회』

이 책은 우리나라 각계의 지성인 12명이 ‘우리사회정의’라는 포럼을 만들어 20개월간 ‘정의란 무엇인가?’를 토론하고 공부한 기록이다. 이 포럼엔 불교와 기독교 성직자, 철학자·법학자·언론인·문학평론가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해 매달 한 차례씩 ‘정의’의 문제들을 발제하고 토론하고 기록했다.

포럼 참가자는 다음과 같다. 도법 스님(조계종 화쟁위원회 위원장), 이남곡(유학 인문운동가), 이정배(신학자, 전 감신대 교수), 강영진(한국갈등해결센터 공동대표), 김도균(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법철학 정의론), 양선희(중앙콘텐트랩 대기자, 소설가), 윤순진(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윤영호(서울대 의대 교수), 조성택(고려대 철학과 교수, 불교철학), 조용환(변호사, 법무법인 지평), 진태원(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연구교수, 서양철학), 함돈균(문학평론가)

이 논의는 〈월간중앙〉 2019년 3월호부터 10개월간 〈양선희 대기자의 지성담론-데카메론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제목으로 연재되었으며, 이 책은 연재분을 다시 정리한 것이다.

‘우리사회정의’가 추구한 정의의 담론은 윤리적이거나 철학적 정의, 하늘의 별처럼 빛나는 고고한 정의가 아니었다. 손에 잡히는 정의, 실용적이고 통속적인 정의였다. ‘데카메론’이라는 제목은 10번이라는 횟수와 함께 그런 ‘통속성’을 강조하고자 한 것이었다.


“장자(莊子)의 〈대종사편〉 에는 말라버린 물가에서 물고기들이 헐떡거리며 서로 습기를 뿜어내거나 물기를 토해 맞은편에 있는 물고기를 구하려고 애쓰는 모습이 묘사된다. 이 광경에 대해 장자는 이렇게 덧붙인다.

“가상하고 감동적이지만 강물 속에서 유유히 헤엄치며 서로 모르는 척하며 사는 것에 비할 바인가.”

물고기가 자신에게 남은 마지막 물기라도 토해내며 물을 갈구하는 것은 물이 말라버렸기 때문이다. 누군가 강렬하게 갈구하는 것은 심하게 결핍돼 있거나 현실엔 없는 것이다.


‘정의의 이름으로…’

정의는 아마도 지금 우리사회가 가장 갈구하는 것 중 하나로 보인다. 사회문제가 갈등과 분란으로 치달을 때마다 ‘정의롭지 못함’, 즉 ‘부정의’에 대한 분노와 폭로가 줄을 잇는다. ‘불의’(不義), 즉 ‘옳지 못함’이 아니라 정의롭지 못하다(부정의)는 게 분노의 기폭제가 되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사회는 도처에서 정의를 외치며 부정의를 타도하는 중이다.”


우리사회정의 모임은 ‘정의가 말라버린 물가’ 즉, 부정의와 불공정 증상에서부터 정의의 담론을 시작해 했다. 여기에서 제시하고자 한 것은 불공정과 부정의를 정의내리는 것이 아니라 이를 바라보는 관점과 발상의 토대였다. 그리고 종교와 철학 등 다양한 측면에서 시도되어온 불공정을 해소하려는 다양한 담론을 제시함으로써 부정의의 해법을 모색하는 방법론을 제시하고자 했다. 담론은 세 단계로 이루어졌다.


1. 우리 사회에 상존하는 차별과 착취, 무시와 배제, 대립과 같은 사회 부조리와 관련된 사회문제를 관통하는 ‘갑을문화’, 양극화와 쏠림으로 형성된 ‘신신분사회’의 증상을 분석한다.

2. 우리 사회의 부정의와 불공정을 지지하고 강화하는 매커니즘이 돼버린 법의 성격을 분석한다.

3. 철학, 종교, 고전, 갈등이론 등 인류가 축적한 지적 자산을 통해 불공정 문제를 분석하고, 이를 풀어가려는 노력과 미시적 해법들을 제시한다.



저자소개

양선희 외11인

- 저자 : 양선희 외11인

- 대표집필 : 양선희

- 발제 :

강영진(한국갈등해결센터 공동대표)

김도균(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양선희(중앙일보대학평가원장/대기자, 소설가)

이정배(신학자,현장아카데미 원장)

조성택(고려대 철학과 교수,

진태원(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연구교수)

함돈균(문학평론가)



출판사 서평

-알버트 아인슈타인은 삶에서 가장 가치 있는 일을 ‘사회정의를 위해 분투하는 것’ 이라고 했습니다. 사람은 성공하려고 하기보다 가치 있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그렇다면 사회정의란 무엇인지 우리는 알아야 합니다.


-통속적으로는 일명 ‘갑질’ 이라는 용어로 뭉뚱그려 통용되는 각종 혐오와 폭력과 무시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을 ‘을’ 이라고 한다. 그런데 조금만 들여다보면 갑질의 대상이 되는 을은 대부분의 국민 또는 시민과 다르지 않다. 바로 ‘우리 자신’ 말이다.


-갑과 을은 이처럼 순간순간 자기 안에서 자리바꿈을 한다. 우리 대다수는 갑도 됐다 을도 됐다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을의 입장을 잘 아는 우리들이 서로의 처지를 이해하고 협력해 불공정한 갑을 관계 개선을 요구하고, 이 구조를 탈피하기 위해 노력하는 게 맞지 않을까.


-‘모든 사람의 평등한 자유’ 는 근대 민주주의 및 정치의 기본 원리였다. 하나 지금은 이를 넘어 ‘사람들 각각의 독특한 정의(singular justice)’ 에 관심을 기울일 때가 되었다. 독특성에 대한 주목이야말로 사회 각 분야에서 자행되는 ‘갑질’ ‘을끼리의 대립’ 에서 나타나는 부정의의 문제를 바라볼 수 있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각자의 독특한 정의에 주목하는 사회. 이를 ‘을의 민주주의’라고 해보자.


-부동산 불로소득 현상에 나타나는 부정의는 우선 ‘응분의 원칙’이 통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응분의 원칙이란 각자에게 각자의 것을 주라는 것이다. 이는 우리가 공통적으로 받아들이는 정의의 대원칙이다.


-신분사회의 중요한 특징은 ‘운(運)’ 이 사회계층을 구성하는 기제가 된다는 점이다. 한국 사회는 출생이나 소속이라는 운이 개인의 일생을 좌우하는 비중이 대단히 크다. 부모·가정환경· 타고난 재능과 같이 각 개인에게 임의로 주어진 운이 개인의 일생을 좌우하고, 이 운의 불평등을 교정할 수 있는 적절한 장치나 방안들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사회. 즉 사회적 안전망(social safety­net)이 부실한 사회는 전형적으로 부정의한 사회이다.


-‘공정하지 않으면 정의롭지 않다’ 는 관념은 단지 우리의 의식적인 학습으로 생긴 것은 아니다. 여러 사회와 집단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험을 보면 인간에겐 이미 공정성이라는 감각이 내장돼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법=정의’ 라는 등식 관계에 대한 믿음은 우리 사회의 도그마일 뿐이다. 그래서 법과 정의의 관계를 다시 고찰하지 않으면,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부정의의 실체에 다가가기 어렵다.


-‘정의의 여신’ 디케는 눈을 가린 채 저울을 평형이 되도록 들고 서 있다. 여기에서 우리는 대부분 그 저울에 시선을 두고, 평평함에만 주목한다. 그런데 한 번 더 생각해보자. 왜 디케의 눈은 가려져 있는지. 아니 그보다도 우리는 아무도 디케의 눈을 보지 못했다는 사실에 의문을 품지 않았다는 사실. 그러므로 실제로 ‘정의의 눈동자’ 는 어떤 형상인지 누구도 보지 못했다는 그 사실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세상을 천국으로 만들려는 순간 세상은 지옥이 된다.”

칼 포퍼의 말처럼 우리는 ‘정의’와 ‘옳음’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저질렀던 참혹한 역사를 밟고 서 있다. ‘법의 정의’를 구현한다는 명목으로 저질러지는 폭력, ‘법은 곧 정의’라는 사회적 믿음이 법의 경계선 밖에 있는 사람들에게 행하는 차별.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실천의 방향과 방법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자신의 옳음만을 ‘정의’라고 집착하면서, 다른 사람의 ‘옳음’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사회는 분열되고 대립과 갈등은 증폭될 수밖에 없다. 지금 우리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갈등과 분쟁의 양상이 바로 그러하다.


-시대에 따라 하나의 부정의를 제거하면 또 다른 양태의 부정의가 생산되는 ‘부정의의 재생산 구조’ 도 공고하다. 부정의를 제거한다고 정의가 실현되지는 않는다. 우리는 왜 이처럼 정의를 대면하기 어려운가.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